혼자와의 전쟁 - 4일차
2025. 8. 15. 11:45ㆍ서인의 이야기
그날 이후, 나는 작은 승리의 맛을 알았다.
단 10초를 버틴 덕분에 하루를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다음 날 아침, 또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머릿속 속삭임이 기어올랐다.
“오늘은 그냥 좀 쉬어도 되잖아?”
그 목소리는 어제보다 한층 교묘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니, 오늘도 해낼 거야.”
말은 했지만, 몸은 묵직했고, 침대는 나를 잡아끌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순간, 어제와 똑같이 ‘포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그 단어 뒤에 ‘그럼에도’라는 말이 붙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해보자.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를 펼쳤다. 글씨는 여전히 삐뚤빼뚤했지만, 한 줄씩 적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정돈됐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득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약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맑았다.
그리고 또다시, 그 하늘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오늘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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